티스토리 툴바





이야기를 진행하는 미와의 말투가 너무너무 얄밉고,
그 얄미운 미와가 너무 싫어하는 하라가 사는 모습은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고,
전교 1등 붓키는 결혼해서 책에나 나올 법한 가정의 주부가 되어 여자라면 가정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남편과 자식을 키우면서 사는 게 최고라고 조금도 주저없이 말하는 의기양양한 꼴이 보기 싫어서 1편을 중간 정도 보다가 집어치워버렸지만 결국은 하루만에 다 보고 말았다.

너무 현실감있게 다가오는 캐릭터와 그 캐릭터를 너무도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배우때문에 드라마라는 사실도 잊고 드라마속 인물한테 마구 화를 내는 할머니같이 되어 버린 셈이었나.


그렇지만 이런 드라마는 원래가 절대로 재미있다.




도대체가 자기와는 다른 삶을 사는 사람한테는 말끝마다 불쌍하다는 말을 붙이는 붓키.
그러나 난, 이런 사람이 불쌍하다는 말을 하고 싶어하는 순간을 알고 있다.

 


이야기를 진행하는 미와.
학창시절에는 붓키의 쫄따구같았고, 중상류층으로 시집을 가 (이런 사람은 결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시집을 가는 것이다) 평범한 삶을 살다 옛사랑을 만나 불륜을 하게 되는 표준 여성 붓키와는 또 다른 표준.




이 두 사람의 기준으로 봤을 때 어쨌든 평균 미달인 주제에 왜 그렇게 남자들이 좋아서 안달인지 이해할 수 없는 얄미운 하라.




평균 이상인 것은 인정하겠지만, 그 대신 푸석푸석하고 무미건조한 삶을 살 뿐이지 않냐고 평가되는 하이타니.



평균적인 삶을 사는 사람은 자기보다 나은 사람한테서는 어떻게든 모자란 점을 찾고, 자기보다 못한데 어째서인지 잘 나가는 사람한테는 무슨 이유든 달아서든 얕보면서,
이 두 가지 부류를 두고 "불쌍하다"는 결론을 제멋대로 내려버린다.
그게 바로 미와나 붓키와 같은 사람이 가장 떳떳하게 의도적으로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자기 나름의 방식이다.




2화에서 붓키에게 하라가 건넨 말,
'불쌍하다는 말 정말 좋아하는구나'
에 함축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정작 그런 삶을 사는 자신은 불쌍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주변인이 자꾸만 자꾸만 불쌍하다고 하니깐 정말 불쌍한가....생각하지만,
결국 자신의 삶의 방식은 자기가 선택한 것이고,
그래서 쉽사리 바꿀 수 없는 그 어떤 자존적인 것이라는 것. 그게 살아있는 드라마이다.





이야기가 끝날때까지 사건은 이것저것 많았는지 몰라도,
붓키는 그렇게 자기가 가장 잘난 듯이 인정 베풀면서 살아가고,
미와 자신도 결국 자기가 하라를 이긴 거라는 착각 속에서 행복한 듯 죽어버리고,
하이타니는 타인보다는 자신을 위한 삶에 충실하게 살아가고,
하라는 알고 있는 것이라고는 사람은 내일 당장이라도 죽을 수 있다는 사실 밖에는 없는 자신의 삶의 방식을 사랑하며 또 오늘 하루를 산다.




드라마 내내 미와는 자기의 죽음이 이 세 사람을 어떻게 폭풍 속으로 몰아넣었는지 보라고 계속 호호거렸지만
결국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다.


이런 게 바로 어른의 드라마일까?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붓키는 너무나 현실적인 캐릭터여서 무서웠다.
저게 바로 사람들이 자기와 다른 사람을 평가하는 눈이고, 저 사람들은 자신의 기준이 절대적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더욱 무섭다는 사실.
흔들림없이 말하는 "불쌍하지도 않니"라던가, "불쌍해라"라는 말에 소름이 돋았다.


왠지 미워..라면서 하라를 폄하하는 미와도 뭔가 하라는 생각하지도 않는 일로 자기 혼자서 '드디어 내가 너를 이겼어'라며 좋아하는 얼토당토않는 캐릭터라서 숨이 턱턱 막혔다.




이런 두 사람한테 아무리 '난 아니거든'이라고 말해봤자, '호호호, 그건 궁색한 변명일뿐이지'라는 대답밖에 들을 수 없기 때문에, 급기야 하라나 하이타니 자신도 자기의 말이 정말 변명일뿐이고 자기세뇌일 뿐인가 하는 회의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래서 이런 사람이 갖고 있는 선입견은 견고하고 흔들림 없기 때문에 공포스럽고 저질스럽다.


그렇지만 한마디 덧붙이자면 붓키는 현실안주에 지나지 않고,
미와도 현실도피 이상은 아니다.
그게 뭐가 나쁘겠냐마는.
이 역시 역으로 생각하면, 그들과는 다른 타인의 삶 역시도 뭐가 나쁘겠냐....

각자가 현실에서 살아남는 방식이고,
자신의 삶의 방식에서 부족한 부분을 남의 인생 방식을 통해서 채울 수는 없다.
결국 자기만족 속에서 살아가는 것 뿐이다.
안주, 도피, 이상, 무시.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Posted by 레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