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를 따 먹고 있는 친구놈들 입장에서 보면 그 우화정도 밖엔 안 되는 얘기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야기 하고 싶다.
내가 하는 일의 특성 상 이것저것 다양한 종류의 문서를 많이 다루게 된다.
얼마 전에 특허 관련 일을 하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예전부터 하던 생각이다.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대학 1학년때부터 다른 건 모르겠지만, 학문은 공산주의가 되어야 한다고 농담처럼 말하곤 했다.
선배 중 한 명도 내 이런 말에는 동의했던 것 같다.
사실 내가 머리 속으로 생각했던 개념이 공산주의라는 말이 안고 있는 의미에는 맞지 않는다.
그 당시 난, 학문의 결과를 개인이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공유하고 나누어야 한다는 개념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 일이 의료나 생명공학, 기초과학 분야의 특허는 과연 필요한 것인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사람의 목숨과 건강을 담보로 한 몫 잡아보겠다는 사람들' 이라고 천박한 표현을 쓸 수도 있고,
'피땀 흘린 연구자의 권리를 보장해 주어야 한다'는 노력의 결과를 산술적으로 계산해 대가를 주고싶어하는 사람들을 살짝 옹호해 줄 수도 있다.
그렇지만....내가 내 동기녀석들처럼 포도를 따 먹으려고 계속 노력했더라면,...
나도 전공서적에 이름이 실리고 싶고, 나도 누구누구 선배나 누구누구 동기처럼 한국을 빛낸 어쩌고 저쩌고에 선정되고 싶다.
그렇지만 난 그런 친구나 선배들보다 탐욕스러운 구석이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라면 아마 그 선배가 동기들과는 달리 특허에 미친듯이 목숨 거는 사람이 되어 있을 수도 있다.
내가 했던 그 무언가 순수했던 것같은 생각에는 어긋나는 길을 가는 사람이 되어 '너 변했구나'라는 얘기에 쓴웃음을 짓던가 사람은 다 변하는 거야라는 정해진 답을 해주는 사람이 되어 있을 수도 있다.
변하지 않는 사람은 없지만 언제나 바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지금의 나도 없을지도 모른다.
포도를 따먹으려고 발돋움했다면 말이지.
그러니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그 길로 가지 않은 게 나한테는 어쩌면 더 잘된 일이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언제나 내가 하는 생각.
하지 않은 일을 놓고 후회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하지 않은 일을 놓고 현재의 나를 보듬어 주는 것도 어리석은 일일지도 모른다.
나를 지탱하고 밀어온 주동력은 아니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학문은 누구나 공유할 수 있는 것이 되어야 한다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그러니깐, 포도를 따서 먹고 있는 녀석들한테는 신소리 이상은 되지 못하겠지만 말이다.


